이별은 시작되었고 무엇 때문인지 우린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새로 산 신발과 새로 산 옷가지들이
좋은 이유를 난 알고 있다.
발에 익숙해진 신발과
내 몸에 익어 버린
내가 즐겨 입는 옷가지들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는
그저 신발과 옷일 뿐이다.
처음 신고 처음 입을 때의
낯설음으로
그로 인해 느끼는 상쾌함과 신선함이 새로움이다.
그래서
새로움이 오래가지 않는 이유다.
사랑하는 이가 날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내 사랑은 우정이 되어 버렸지만
그건 단지 위장일 뿐
그 속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
그때부터 혼자 할 수밖에 없는
나만의 사랑 때문에
언젠간 상처받을
날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지만
그땐 그 자체가 상처라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사랑을 시작할 때
나에겐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다.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미소 지을 수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너의 말투를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벌써 이별을 시작해야 했다.
내게 소중한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난 낭떠러지에 서 있었고
더 이상 서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난 단지
저 밑에 있는 너의 손짓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넌 끝내 손짓하지 않았고
난 갈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너 역시 나의 손짓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너 역시 괴로웠다는 것을
하지만
이별은 시작되었고
서로의 사랑은 분명 남아 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우린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