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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Nov 29. 2016

사랑이란 기억 속의 네 모습

하지만 분명한 건  우정을 제목으로 한 시집은 모두 사랑으로 끝난다는 것

행복Ⅰ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내겐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나조차 알지 못하면서 

또 다른 이를 이해하기란 힘들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난 너무 행복하다.



페르마타 

아주 가끔 시간에 페르마타가 붙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언제나 

머릿속에 무질서한 생각들이 날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슬프도록 그리운 너의 얼굴이며 몸짓이 

여러 가지 표정으로 다가온다. 


전화를 하면 반겨 줄 너란 걸 알기에 전화를 못했고 

답장을 쓰면 기뻐할 너란 걸 알았지만 보내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난 그리운 친구가 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아직도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정을 제목으로 한 시집은 모두 사랑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기억 속의 네 모습 

구름처럼 몰려오던 안개가 

모든 것을 가려 버리더니 

생각지도 못한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너와의 추억도 언젠가 이렇게 사라져 버릴까. 


가슴이 시리고 저려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데 

점점 너와의 시간을 되뇌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수수께끼 

그래 그건 분명 사랑이었다.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너도 알고 있고 

나 역시 알고 있는 

서로의 비밀스런 사랑이었다. 


서로의 앞에서 

우린 우리의 사랑을 

우정으로 변질시키려고 한 

수많은 대화와 행동은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 주었다.

 

수줍은 옛 영화에서처럼 

우린 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는지 

그것이 우정이길 왜 

그토록 간절히 바랬었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안타까움 

우리가 걱정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 버린 지금 

그것을 멈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단지 그 순간이 지나가도 

그동안 가슴 졸여 왔던 

시간만큼 덜 슬퍼한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만은 멈출 수 없기에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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