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해 그래서 미안해

널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고 심장은 미친 듯이 고동치다 잠들 것만 같다

by 김종은

기억Ⅰ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너의 모습을 지우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주위는 산만해지고

주위 사람들은

더욱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널 잊으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너와의 추억으로 엉켜 버리고


이 헤어나지 못할 공간에서

서서히 정신을 잃을 때까지

널 생각하며

옛일을 떠올리며

몸부림치고 있다.




기억Ⅱ

너의 웃는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낱말에

갖가지 전치사와 수식어를 붙여

국화꽃처럼 치장하더라도

형용할 수 없었다.


단지 예쁘다는 말속에

그 느낌을 왜곡하여

내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꺼내어 본

예쁜 너의 웃는 모습 속엔

너의 보조개가 없어졌고

너의 입술 모양을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두렵다.

널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고

심장은 미친 듯이 고동치다 잠들 것만 같다.


마지막 남은

지금 기억하고 있는

형용할 수 없는

이 모든 느낌이 하나 둘

좀먹어 갈 때마다


온몸에서 눈물이 날 것만 같고

내 머릿속에 정렬되어 있던 생각과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혼란스러워지고

그사이에서 가물가물한 너의 모습이 스며들어

날 미치게 한다.




널 사랑해 그래서 미안해

널 사랑해.

그래서 미안해.


너와의 우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남녀 간의 우정은 없다는 것에 굴복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남녀 간의 우정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같이 존재 하지만

같이 바라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내겐 아직 그것을 구분할 능력이 없지만

애써 그걸 키우긴 싫어.


왜냐면

널 사랑하고 싶어서야.


그래서 네게 더욱 미안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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