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리스트(Arborist) 교육 3일 - 클라이밍
자고 일어났더니 전날 연습했던 매듭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을 되살리고자 내 발목에 연습용 로프를 감고 미숙한 손으로 이리 감았다 저리 감으며 매듭을 만들었지만 엉뚱한 매듭만 만들어졌다. 그 후로 쉬는 시간만 되면 아무 물체나 묶으면서 연습을 했다. 혼자 연습할 때는 잘하다가도 주변 시선이 느껴지면 손이 꼬였다. 그럴 때마다 강사님께서 친절하게 매듭짓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시곤 했다.
무더운 한여름 날씨였음에도 부연동 교육장은 선선했다. 시원한 산바람을 느끼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오늘 수업 주제는 등목(Tree Climbing). 아보리스트가 어떻게 나무에 오르는 지를 배웠다. 지상에서 드로우 볼(A throw ball)에 드로우 라인(A throw line)을 묶어 목표지점을 향해 힘껏 던진다. 원하는 가지에 드로우 라인이 걸렸다면 성공이다.
"와.. 볼이 저 높이까지 올라가네...."
"저게 가능하네요." 등등 교육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본 센터장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웃으며 말하셨다. "제가 한 25m 이상은 던지죠. 뒤로도 던질 수 있는데 그건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하하"
등반 시 필요한 하네스(Harness : 클라이밍 할 때 입는 장비)가 없을 때 로프를 이용해 임시로 하네스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신 후 '히치(Hitch)'를 만들어 로프 두 줄을 이용한 기술(DRT-Double Rope Techic)을 시범 보였다. 순식간에 두 가닥의 로프는 하네스와 등반 시스템이 되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뭐지. 어떻게 하신 거지..?" 누가 지우개로 기억을 지운 듯했다. 멍 때리는 사이 다음 수업인 '리깅(Rigging - 물체를 올리거나 내리는 작업)'으로 넘어갔다.
도심에서 위험요소가 있는 수목(태풍 피해가 예상된 나무, 고사된 나무 그리고 큰 죽은 나뭇가지 등등)을 제거할 때 산에서 벌목하듯 나무를 넘어뜨릴 수 없다. 좁은 공간 안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주차된 차량, 울타리, 식재된 야생화 등등. 결국 아보리스트는 제거할 대상을 로프로 묶어 안전하게 목표지점에 착지시켜야만 한다. 아래 사진은 갑자기 떨어진 나뭇가지에 부상을 당한 경우(출처 : https://www.yna.co.kr/view/MYH20190619007500038)와 태풍'링링'에 의해 전도된 나무다. (출처 : http://www.cj-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3015)
아보리스트 교육과정 중 '리깅(Rigging)' 과목은 상당히 중요하다.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실제로 위험하고 한순간의 방심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아래 사진처럼 작은 나뭇가지는 무게 계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기사처럼 100kg가 넘어간다면? 개념자체가 달라진다. 두 발이 지면에 닿아도 100kg 넘는 물체를 통제하기 어려운데 나무 위에선 얼마나 더 어려울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 리깅이다.
('리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차후 설명할 계획이다.)
로프를 이용하면 목표물의 자유낙하를 통제할 수 있다. 이는 곧 안전한 작업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양한 매듭법을 배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매듭을 즉각 만들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교육이 시작된 지 벌써 3일이 지났다. 배우는 과목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수업이 끝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듭을 연습하는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