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리스트(Arborist) 교육 4일 - 올라가 보자 나무로!
4일 차 교육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고대하던 클라이밍 장비를 수령하고 나무에 올라갈 연습을 한다. 솔직한 마음으로 걱정반 기대반이다. 왜냐하면 내 몸무게가 당시 90kg이 넘었었다. 나뭇가지가 내 무게를 못 견디고 부러지면 어쩌나 그러면 그대로 추락인데 최소 응급실 행이 아닌가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나무에 올라가기 전부터 떨어질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불현듯 나무에 오르는 동물이 떠올랐다.
기가 막히게 나무를 오르는 원숭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원숭이는 가볍다. 내 체급은 원숭이가 아니다.
맞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상을 보면 곰이 나무에 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잘 올라가고 나뭇가지도 부러지지 않는다. YES I CAN! 그래! 나도 올라갈 수 있어!
자신감을 갖고 교육장에 도착했다.
강사분께서는 교육생에게 나눠줄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고 차례대로 클라이밍 장비를 수령했다. 처음 착용하는 장비라 어색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편안했다.
하네스 중앙에 매듭을 두 가지 만들었다.(또 매듭이구나.)
이후로 등강기, 하강기, 클라이밍 히치 세트, 랜야드, 여분 카라비너 등 클라이밍에 필요한 장비를 세팅했다. 모든 장비가 하네스에 결속되니 꽤나 무거웠다.
모든 교육생이 장비 세팅을 마쳤다. 강사님께서는 다시 한번 나무에 로프를 설치하는 시범을 보이셨고, 등목 하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제는 실습 시간이다. 나무에 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드로우 볼(A throw ball)을 집었지만 점심식사 종이 울렸다. 벌써 점심시간이라니!
식사를 마치고 데크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그저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됐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연에 있으려고 하는구나. 그래서 캠핑을 가는구나.
점심식사를 마친 교육생들은 본격적인 나무에 오르기 위한 연습을 했다.
SRT(Single Rope Technic)은 로프 한 줄을 이용해 등목 하는 기술로 로프가 설치된 포인트에서 비교적 큰 마찰이 발생하지 않아 '수피'가 벗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DRT(Double Rope Technic)은 다르다. 로프 두 줄이 위아래로 반복을 되면서 수피가 벗겨진다. 그래서 '마찰보호기'를 꼭 설치해야 한다.
처음 본 이 순간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로우 볼에 드로우 라인을 묶어 목표하는 가지에 볼을 던진다. 그 후 마찰보호기를 설치하기 위해 드로우 볼을 제거하고 드로우 라인을 다시 묶는다. 드로우 라인을 당기면 목표지점에 마찰보호기가 설치된다. 그 후 지상으로 내려온 드로우 볼을 풀고 로프를 묶어 당기면 시스템이 완성된다. (어떻게 한 거지...???)
뭐든지 익숙해지면 새로운 복병이 튀어나오는지 않던가. 등목 시스템은 다시 한번 나에게 혼돈을 선물했다. 그렇다. 나무에 오르려면 클라이밍 시스템이 완벽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안전을 기원하는 주문을 외우며 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드로우 볼을 던졌다.
반복 또 반복하며 연습을 하던 중 금방 해가 떨어졌다. 오늘도 나무에 오르기는 글렀다. 숙소에 내려가서 씻고 또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