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가 김정두 Jun 15. 2023

아보리스트(Arborist)가 된다는 건(7)

아보리스트(Arborist) 교육 7일 - 엔진톱 사용법

어제저녁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온 분은 새로 합류한 교육생이셨다. 그 험하디 험한 강릉 부연동 마을에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모두들 너무 놀래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귀신이 지나간 듯 조용했다.

....

새로 온 선생님께서는 오토바이에 내려 멋지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늦었지요 제가 교육을 신청하자마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참"

"네~ 안녕하세요."

"저는 무대 감독일을 하고 있는 xx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네?" 


문득 궁금했다. 무대 감독님이 아보리스트 교육엔 무슨 일로 오셨을까. 사연이 있던 걸까? 자연스럽게 몇 마디를 나누다 보니 이야기보따리가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흐른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감독님에게 찾아가 물어봤다.


"감독님.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쩌다가 여기를 오게 된 거예요?"

"아, 사실 제가 전부터 우리나라에 있는 새로운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이 교육도 예전에 알고 신청을 했었는데 여유가 없어 참석을 못하다가 이제 왔어요."

"아~ 그렇구나."


많은 직업군을 만나보지 못한 나는 본인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부터 얼마 후 나이 지긋한 한의사 선생님이 포르쉐를 타고 키우는 리트리버와 함께 부연동에 찾아왔다. 나는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 날이 밝았다. 오늘은 '엔진톱' 사용을 배우는 날이다. 자칫하면 큰 사고가 일어나는 장비이기에 안전교육이 먼저 진행됐다. 모든 장비가 그렇겠지만 사용법에 맞게 사용해야만 효율성이 좋다. 

실습용 엔진톱, 안전 앞치마, 여분의 소모품
엔진톱 가이드바와 체인 오일


엔진톱 파트별 명칭, 톱날 그리고 오일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교육생들끼리 조를 나눴다. 실습에 들어가기 전 센터장님께서는 엔진톱 가이드바가 자르는 대상보다 짧을 때 엔진톱이 나무에 끼지 않고 베는 기술을 시연했다. 일명 하여 매직 컷(Magic cut). 톱이 나무에 물리지 않고 벨 수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편성된 조는 서로 안전을 점검해 주고 번갈아가며 엔진톱을 잡고 나무를 토막 냈다. 나는 수직으로 나무를 벴지만 톱날은 대각선으로 향했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이 모습을 지켜본 센터장님은 "그건 톱날이 일정하게 연마가 되어있지 않아서 그래요." "아! 그렇군요." 궁금증이 풀린 나는 계속 연습했다. 연습. 연습. 또 연습. 언제 다시 여기를 오겠는가.

나무를 안전하게 베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센터장님

마지막으로 큰 나무를 벨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베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베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주변 잡목을 정리하여 후퇴할 길을 확보한다. 그다음 '수구'라 불리는 경첩을 만들고 뒤에서 자르면 나무에 파괴층이 생기면서 안전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벨 수 있다고 한다. (나무를 안전하게 베는 방법은 차후에 자세하게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내가 생각했던 방식은 그냥 나무 뒤로 가 베는 것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처음 엔진톱을 잡아본 순간은 군 복무 중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베기 위해 군대 선임은 아무 생각 없이 내게 엔진톱을 쥐어주곤 알아서 자르라고 했다.(???)  안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장 위험하고 미련한 방식이었다. 여태껏 운이 좋아서 부상이 없던 것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벌목에 대한 기초 강의를 마친 후 센터장님은 새로운 샘플을 보여주셨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목 외과 수술에 대한 샘플이었다. 썩어가고 있는 나무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실리콘, 우레탄 폼 등 산업용품을 이용해 공동을 덮는 것이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약품처리가 된 부분은 오히려 내부에서 더욱 부패가 진행됐다. 이상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나무의 부후를 막기 위해 수술이 진행되고 시술을 마친 나무는 수세를 회복하고 건강해진다고 배워왔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다른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목 부패부를 막기위해 외과수술을 진행했지만 부패를 막지 못했다.


이외에도 다른 외과수술을 진행한 다양한 샘플을 볼 수 있었고 역시나 모두 오히려 더 부패되어 나무의 죽음을 앞당겼다.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교육생들은 숙소로 내려가지 않고 모두 교육장에 남아 등목 기술인 SRT, DRT를 연습했고 작업 중 로프가 손상될 경우 이를 대처하는 방법도 연습했다. 하루종일 진행되는 교육으로 다들 몸이 지쳤을 텐데 전혀 내색 없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연습했다.

손상된 부분을 버터플라이 매듭으로 분리시켰다.
연습. 연습. 연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