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고사한 주목(나무)을 제거하고 나뭇가지를 다듬은 후 매끈한 줄기를 들어 주변 동료들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Attention! 주목! 분위기는 금세 싸늘해진다. 동료들에게 욕을 먹든지 헛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든지 둘 중 하나다.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힘든 노동을 하는 데 오랜 침묵이 흐르면 더욱 몸이 쳐진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나무 이름을 이용한 터무니없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나무껍질과 목재가 붉은색을 띄어 주목(朱木)이라 부른다. 때로는 적목(赤木)으로도 불린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열매도 붉은색이다. 예로부터 붉은색은 사악한 것을 쫓아내는 벽사(辟邪) 의 의미가 있어 귀한 나무로 취급했다.
*벽사(辟邪) : 사악한 기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통 민간신앙의 하나이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표현을 가진 주목은 실제로 천 년 이상을 살고, 목재로도 천 년이 넘도록 부패하지 않는다. 정선 두위봉 주목 3그루는 천연기념물(제433호)로 지정되었는데 산림청 임업연구원의 생장추 측정에 의한 수령 감정 결과 수령이 1,200~1,400여 년으로 추정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이다.
주목과(Taxaceae) 주목속(Taxus) 주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나무지만 주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 추위에 강하며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이며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잘 내린다. 최대 수고는 10m 지름은 1m까지 성장한다. 하지만 성장이 매우 느려 조경수로는 값이 비싸지만, 아파트 단지 내 필수(?) 나무로 자리 잡았다. 수형을 잘 다듬으면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 수 있다. 회양목, 꽝꽝나무와 같이 아트 트리(Art tree)의 대표적인 수종이다.
나무가 생장이 느리다는 것은 목재가 그만큼 치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이테 간격이 좁아 목재를 가공하는 데 틀어짐이 적다. 또한 탄력성이 있어 조각용 재료로 사용되거나 가구나 바둑판 등으로 제작된다.
추가로, 줄기에서는 암을 고칠 수 있는 물질 '택솔(Taxol)을 추출한다. 이 항암제는 임상실험 결과 유방암과 폐암, 난소암 그리고 급성 백혈병에 치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추출하기 위해선 수고 1m 주목 1,만 2천 그루에서 고작 2kg를 얻을 수 있어 사회, 환경 문제가 뒤따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한국산 주목을 대상으로 목재가 아닌 '씨눈'에 더 많은 항암 성분이 있음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