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가 김정두 Nov 06. 2023

50년 만기 예금 가입하시겠습니까?

최대 연 2%

 "50년 만기 예금 상품이 나왔습니다. 최대 연 2% 복리 이자를 제공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 금리를 적용하겠습니다. 이번달 가입자분들에게는 특별히 우대해 2.3%를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예치금액은 1,000만 원부터입니다. 단, 중도해지 시 지급되는 이자는 없습니다. 가입하시겠습니까?"


 솔깃한 제안일까? 사실 위 상품은 금융상품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무'다. 나무는 식재 후 법적으로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 것을 '벌기령'이라 한다. 수종마다 벌기령은 다르지만 예치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사실은 같다. 15~20살 나무는 미성숙재로 목재로 사용하기 어렵다. 즉, 20년 이상 거치기간이 필요한 상품인 셈이다.  


 나무를 식재하는 행위를 '조림'이라 부른다. 보통 3,000평(1ha, 상암월드컵 경기장 크기)을 식재하는데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편백과 같은 나무는 3,000그루가 식재된다. 어린나무는 서로 경쟁하며 성장하고 주변 잡초와 덩굴식물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어쩌다 병해충이 창궐하거나 산불피해라도 받으면 상품은 강제로 중도해지(?) 당한다. 그 외에도 숲 가꾸기 사업과정인 풀베기, 어린나무 가꾸기, 가지치기, 솎아베기와 같은 과정이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울창했던 산이 황폐화되었을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조선시대 후기 이미 민둥산이었다. 민둥산이 된 원인은 수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모두에게 적용된 사실은 모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흙바닥이 보이는 산림

 한반도 겨울추위는 '동장군'이라는 표현이 있듯 혹독한 추위를 자랑한다. 추위를 극복하고자 국민들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나무를 구하러 산으로 갔다. 그렇게 점점 발가벗겨진 산은 자연재해를 극복할 힘이 없었다. 악순환은 반복되었고 결국 큰 인명재해를 가져왔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대규모 조림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나무 베는 일을 법으로 금지해도 그들은 생존을 위해 도벌과 남벌을 일삼았다. 그 시대 연료는 오로지 '땔감'이었다.


 박정희 정부에 실시한 치산녹화 정책이 성공하고 땔감 대체제인 석탄이 대중화되면서 산림은 점점 회복되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더욱 잘 살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인건비는 비싸졌다. 산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시기었다. 이는 경제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경제 발전에 따라 수면 위로 올라온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자연으로 관점을 돌렸다. 숲을 지키고 종 다양성을 위한 생태계 보호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연 천이과정에 있어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장소가 생겨났다. 방치된 산림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고 결국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산주(山主)가 가진 의지에 따라 숲은 달라졌다. 투자와 미래를 바라본 다른 산업은 일정 수익이 발생되면서 선순환이 되었지만,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 금액 대비 이익이 나오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산주들은 산림 사업을 기피하게 된다.


 돈, 돈, 돈.


 삶을 영위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가치이자 끊임없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산주나 임업인이 아닌 제 3자는 무조건적인 자연보호를 주장해 이해충돌이 발생하곤 한다. 이와 관련해 내가 경험한 재미난 일이 있다. 나는 죽은 나무나 수형이 불량한 나무를 솎아베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소리를 고레고레 지르며 당장 환경파괴를 멈추라고 했다. (???)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일인가 싶어 잠시 작업이 중단됐다. 우리 팀 관리자는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었기에 그들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그날 작업은 끝이 났다.


 단순하게 농업, 어업 그리고 임업 종사자의 평균 소득을 비교하더라도 임업인이 가장 적다. 그들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목재생산 외에 다른 무언가로 소득을 내야 한다. 그래서 산야초를 재배하거나 체험활동시설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해관계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보통 불굴의 의지를 가진 분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참 어려운 일이다.


추신.

여러분. 50년 만기 예금상품에 가입하시겠습니까?



사진출처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53


매거진의 이전글 임무 : 화분에 퍼진 잡초를 제거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