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김주연"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렸습니다.
불혹을 지날 정도로 열시히 살다 보니 이제는 이름 말고도 저를 부르는 호칭이 많아졌네요. 그중 대표적인 몇 가지입니다.
"여보"
"아빠"
"관장님"
"작가님'
그렇습니다. 저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이며, 태권도체육관의 관장이자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한없이 부족한 남편이기에 남편으로서의 노하우는 꺼내지도 않겠습니다. 딱히 꺼낼 것도 없습니다.
이 땅에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태권도 체육관관장으로서의 노하우는 첫 책이자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 저서 <학.마.법: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학부모'라 불리는 고객을 상대하는 분께서는 한 번 참고하세요. 아직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낯 뜨겁기도 하고 과분하기도 하기에, 마찬가지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빠로서의 노하우는 특히, 자녀들의 운동 습관과 독서 습관 기르기 노하우는 할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24년에 세 아이들은 각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1학년입니다.
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두 가지는.
"역시 아빠가 태권도 관장님이야~",
"아니 어떻게 독서(책)를 좋아할 수가 있어?"
입니다.
이런 말을 많이 듣는 아이들의 아빠이기에,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들을수 있게끔 아빠로서 도와주었던 노하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전에 시 한 편 소개합니다.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내가 그린 최초의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주인 없는 개를 보살펴 주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동물들을 잘 대해 주는 것이 좋은 일이란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난 신이 존재하며, 언제나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잠들어 있는 내게 입 맞추는 걸 보았어요.
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때로는 인생이라는 것이 힘들며, 우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님을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날 염려하고 있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모든 걸 꼭 이루고 싶어졌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내가 본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가 미상의 시입니다.
작가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 시의 작가를 제 세 아이들이라 생각합니다. 아빠로서의 지침이 '보여주기'이거든요.
운동이나 운동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독서나 책과 함께 하는 생활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가르쳐도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전 가르치기보다는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배우지 않습니다. 보는 대로 배웁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운동합니다.
제가 항상 독서합니다.
어릴 적 저의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운동 능력이 점차 상실되는 '소뇌수축증'이라는 병을 얻었습니다. 어린 자녀에게 급격하게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당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으셨는지, 항상 운동하셨습니다. 주로 걷기와 달리기로요. 초반에는 야외에서 걷거나 달리시셨지만 점차 야외보다는 실내 러닝머신 위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항상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모습을 보여 주셨지요.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운동과 함께 건강한 생활을 하는 이유가요.
그 모습을 항상 지켜보는 아이들은 수시로 이런 요구를 합니다.
"아빠, 오늘은 같이 나가요. 아빠는 달리기, 전 자전거'
"아빠, 내일 새벽에는 같이 운동해요"
부끄럽지만, 독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습니다. 30대 중반이 넘어서, 첫째가 5살 둘째 3살 막둥이가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가족을 살리고 제가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책뿐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독서를 '생존 독서'라고 합니다. 정말 치열하게 읽었습니다. 그때는 자녀들에게 독서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함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보고 있었더라고요. 위의 시 내용처럼 말이죠.
우리 아이들은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안에서는 물론 여러 장소에서 책 읽는 모습을 수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녀의 독서 습관 기르는 꿀팁 중 한 가지이자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거실을 도서관'으로입니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요즘은 집집마다를 넘어 방방마다 TV가 있는 시대지요. 하지만 우리 집에는 단 한대의 TV도 없습니다. TV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책장이 있습니다. 첫아이가 생후 10개월 정도 되었을 즈음입니다. 관심 갖도록 널려둔 책에는 눈길 한 번 안 주는 아이가 TV 앞에서는 떠나질 못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 모습에 저와 아내는 숙고 끝에 혼수로 장만한 TV를 친척에게 떠나보냈습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TV 없는 삶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TV는 가족여행이나 다른 집에 놀러 갔을 때나 영접하는 신문물이지요. 집에서 TV를 제거했다면 자녀의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에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제는 TV 시청에 투자했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독서로 전환할 것인지 상의하고 생각하고 실행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 시간과 에너지를 스마트폰에 빼앗기면 더 곤란합니다.
부모가된 자식은 그의 부모를 대신하여 목숨을 바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식을 대신하여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 가지 유산이 있습니다. 신앙, 운동 습관, 독서 습관입니다.
그래서 보여줍니다. 운동하는 모습과 독서하는 모습을요.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세요.
설득만 하지 말고 증명하세요.
조언만 하지 말고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