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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ul 26. 2019

코스터

자그마한 코스터 덕분에 훨씬 더 포근해져요.

그림을 그릴 때나 책을 읽을 때. 대부분의 일들을 할 때 항상 카페에 간다. 그러다 보니 카페에 있는 시간은 내 일상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요새 카페에 가면 나도 모르게 의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료를 코스터 위에 올려 주는가.’. 어딜 가나 음료를 쟁반 위에 올려 주곤 하는데, 코스터에 올려 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뭐, 코스터가 없다고 해서 안 좋은 카페는 아니지만, 그 자그마한 코스터 하나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공간이 훨씬 포근해지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품이 주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예전에 들었던 콘텐츠 기획 강의에서 강사님이 들려주신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아이템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 ‘가격이 18000원인 예쁜 병따개를 넣어도 될까?’라는 안건으로 정말 긴 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고 한다. 소소한데 18000원의 병따개라. 집 냉장고에 한두 개쯤은 붙어있는 게 병따개인데? 진지한 회의 결과, 결국 그 병따개를 추천했다고 한다. 기분 좋은 날, 완벽한 분위기에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었고, 기분 좋게 병을 따려는 순간 광고로 덕지덕지 도배된 병따개를 들었다고 생각해보라. 대수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사소한 것이 완벽한 분위기에 작지 않은 흠집을 낼 것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니 ‘18000원은 생각보다 지불할 만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이었다고 한다.   

  

내겐 코스터가 그렇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점점 이런 작은 것들에 눈길이 가곤 한다. 별 것 아닌 것들이 별것이 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집에도 나만의 예쁜 코스터 하나 마련해놔야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커피를 대접할 일이 생긴다면 코스터에 올려 줘야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이 순간에 대한 정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니까. 내 코스터처럼, 자신만의 사소한 소품 하나쯤 마련해 보자. 보이는 것에 비해 저렴하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만들어주는 가치를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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