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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하 May 30. 2021

코로나백신 덕분에 알게 된 시어머니의 마음

아픈 것보다 집에 혼자 누워있는 것이 더 싫다

얼마 전 아침 일찍 전화가 걸려왔었다. 부재중으로 찍힌 번호는 시어머니 전화였다. 전화를 한다는 게 깜빡 하고 하지 못한 채 저녁이 되었다. 다음날에 전화를 걸었다.     


“어제 전화하셨는데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다”

“예방접종은 언제 맞으셔요?”

“참, 그것 때문에 전화했었다, 애미야, 너도 2차 맞았지?”

“전 아직요, 12주 후에 맞아야 해서 아직 멀었어요. 어머니는 2차 맞으러 언제 가세요?”

“다음 주에 간다고 했는데 이장이 데려준다고 하고 아직 말이 없다.”

“이장님 연락 없으면 제가 날짜 맞춰서 태우고 갈게요, 언제 맞아야 하는지만 알려주세요.”

“고맙다”    


시어머니와 나는 얼마 전에 예방접종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어머니는 화이자 백신을, 나는 노인서비스 종사자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어머니는 3주가 지나서 2차 접종을 해야 했고, 나는 12주 후에 2차 접종을 하러 오라고 했다.   

  

시골 읍내에 살고 계신 시어머니는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러 가려면 버스를 2번 갈아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했다. 마을 이장님이 이동이 어려운 동네 어르신들을 태우고 다녀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고 했다. 예방접종하는 날이 가까워오자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동네 이장님이 다른 어르신이랑 같이 태워다 준다고 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예방접종을 한 날이 지났을 때에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관에서 노인일자리를 하시는 어르신이 어머니랑 같은 화이자 2차 예방접종을 했는데 힘들었다며, 며칠 동안 몸살 증세로 너무 아파서 고생했다는 말이 생각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직장에서 2차 예방접종을 한 어르신이 많이 아팠다고 했는데, 어머니 몸은 어떠신지 물어보자마자 하는 말씀이었다.

   

“아이고야, 나도 죽는 줄 알았다. 한 사흘은 아파서 꼼작도 못하겠더라. 진짜 고생했어, 머리가 어찌나 어지럽고 몸이 쑤시는지 아파서 혼났다.”

“보건소에 연락하고 가보셨어요?”

“아니, 거기서 약도 주고 아프면 먹으라고 해서 약만 3번 먹었다, 일하러 못가는 줄 알고 걱정했다. 월요일에는 다행히 괜찮아져서 일하러 갔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머니는 코로나예방접종으로 몸이 아파서 집에 누워있으니까 답답하다고 했다. 월요일에 노인일자리에 나가야겠는데 계속 아프면 일을 하러 가지 못할까봐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삼일정도 지나서 머리 아프고 열나는 것이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시어머니는 노인일자리에서 관공서 주변 청소를 한다고 했다. 그거라도 안하면 사람 만날 일이 없어서 심심하다며 올 해에도 신청했다. 동네에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이 없고 이웃 중에 같이 어울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일자리에 나가면 비슷한 연령대의 20여명이 같이 일을 한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기도 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남편은 어머니한테 일이 너무 힘드니까 그만 하시라고 했다. 평소에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가다가 앉았다가를 한 번 이상은 꼭 해야 읍내 장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속상한 마음에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몸이 아프고 힘들다고 하면 아들이 또 나가지 말라고, 그만하라고 할까봐 아들에게는 더 이상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고 며느리인 나에게만 남편에게 말하지 말라며 가끔 얘기하셨다.   

 

오늘도 점심 무렵이 되었을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 일 없지? 겉절이 한 번 담으려고 하는데 주말에 와서 가져갈래?”

“나 지금 일 끝나고 사람들이랑 밥 먹으로 간다. 그만 끊는다.”  

  

주말에 가지러 간다는 대답을 마치자마자 당신 할 말을 다 하신 후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좀 전의 전화기 너머로 사람들 이야기 소리가 소란스럽고, 목소리는 한껏 높았다. 며칠 전 목소리와 상당히 다르다. 주말에 가지러 간다고 친구들과 점심 맛있게 드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노인일자리를 하기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동네 이장님이 지나가다 한 번씩 들리고는 걱정이 되었는지 노인일자리 같이 하자고 읍사무소에 신청하는 것을 도와줬다고 했다. 3년 전 사별 후 한 동안 입맛이 쓰고 목으로 넘기기가 힘들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드시기도 하고, 한의원에서 한약을 한 재 지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병원에서는 배우자 사별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어머니는 몸이 아픈 것보다 일자리에 못나가서 혼자 집에 있는 것이 더 싫다고 했다. 며칠을 혼자 누워있으면 적막함이 싫으셨다고 했다. 직장생활로 타지에서 지내는 자식들과 떨어져서 혼자 3년 전부터 독거노인이 되었다. 조그만 텃밭에 시금치, 쪽파, 상추 등을 심어서 주말마다 가져가라고 전화를 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채소를 가져가라는 것보다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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