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테마 기행 독일, 오스트리아 편이 섭외 되다.
24년 3월 중순께에 어느 방송 작가님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세계 테마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느냐는 질문에 마침 즐겨 보는 방송이기에 반갑게 그렇다 대답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화 통화는 담당 작가님, 본인 소개와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편에 대한 대략적인 콘셉트 그리고 나의 독일 생활에 관한 이야기들로 엮여져 대략 20여 분간 통화가 이어졌다. 섭외 전화는 처음이었기에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 작가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통화를 이어갔고, 작가님도 흡족하셨는지 내부 회의 이후에 다시 연락 주신다 하고는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 후 얼떨떨하기도 해서 아내에게 내용을 전하니, 아내는 적극 찬성하는 눈치였다. 3주간의 촬영이라 오래 떨어져 있기 미안하기도 하고 회사, 강의 일들도 미루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고민이 되었는데, 아내와 아이의 적극적인 허락이 결정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송 촬영이라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기에, 그저 업무 조율만 잘 해놓으면 다녀와도 무방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꽤나 설레었다.
아내와 아이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회사와 대학교에 시간 조율을 하고 방송 작가에게 참여 의사를 전했다.
작가님에게 듣자 하니 후보자가 몇 있어 간단한 사전 인터뷰를 유선상으로 해보자 하신다. 다시 한번 20여 분간 전화 인터뷰를 하며 나의 독일 생활과 학력, 직업에 관해 정보를 나누었다.
팀원들과 협의 후 전화를 다시 준다고 하시고 통화를 마무리하였다. 몇 시간도 채 기다리지 않았는데, 방송 촬영을 마음먹고 있었던 탓인지 그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지더라. 몇 시간 후 연락이 왔고 다른 작가분과 피디 님을 오프라인에서 함께 만나 최종 인터뷰를 해보자 한다.
며칠 후 여의도 한 카페에서 작가님 두 분 그리고 담당 피디님, 이렇게 세분과 최종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일로 유학을 간 이유부터 시작해 그간의 독일에서의 삶과 느낀 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기에, 너무나도 즐거웠던지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피디님은 팀원들과 내부 회의용으로 필요하다 하여 미팅 장면을 촬영하였는데, 핸드폰으로 촬영이 되어서인지 뭐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세분과의 대화가 재미있어 녹화되고 있는 것은 그리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듯이 깔깔거리며 독일에서 익혀둔 온갖 유머를 쏟아부었는데, 그리 잘 통할 수가 없었다. 독일 유머 나름 괜찮다 싶었다.
그렇게 즐거운 미팅 시간이 지나고 곧 연락을 다시 주겠다는 말과 함께 미팅 장소에서 아쉽게 떠나왔다. 돌이켜보면 그분들과의 대화가 너무나 즐거웠더래서 3주간의 독일 촬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도 없지 않은 듯하다.
며칠 후 막내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이번 세계 테마 기행 독일, 오스트리아 편에 큐레이터 (여행자 역할)로 최종 선발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유후! 독일을 떠나온 지 딱 2년이 되었는데 방송 덕분에 다시 그 땅을 밟아볼 수 있겠구나! 대학 합격 통지 ARS 만큼이나 심장이 쿵쾅거렸다.
3주간 그리웠던 그 풍경들을 내 이 두 눈에 제대로 담아오자!
그림도 많이 그리고!
사진도 많이 찍고!
조깅도 하고!
시간이 좀 나면 책도 읽고!??
.
.
.
방송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3주간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며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줄 것이라는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 방송 햇병아리는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독일 출국 날을 쏜꼽아 기다렸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