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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딜김 Oct 03. 2020

글은 생각의 결과물인 동시에 생각의 도구다

책과 영상을 보고 글을 쓰는 이유

글 쓰는 것이 취미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 브런치를 만들어버렸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니, 자발적인 생산을 하며 글쓰기가 단순한 결과물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는 행위임을 알아가는 중이다.


내 세계를 최대한 왜곡 없이,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나는 글이라는 매체를 이용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들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생각을 가공해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인해 텍스트는 나에게 매력적인 툴이다. 나는 그림을 통해 내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고, 음악으로 내 세계를 표현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글은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창구가 되어 왔다. 물론 말로도 생각을 전달할 수 있지만, 글은 말과 달리 즉석에서 표현될 필요도 없고, 감정이나 기타 외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왜곡 없이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였다.


문장이라는 틀 속에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관념을 녹여내기란 때론 어려운 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완전히 표현되지 못할 때도 많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짚을 수 있는 어휘를 알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은 이유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록 최종적으로 쓰인 결과물은 불완전하고 어설플지라도, 글 쓰는 과정 자체가 사고를 구조화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쓰기가 결국 생각의 도구가 되는 셈이다.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글의 방향을 뻔하지 않게 틀기 위해서 이전까지는 한 번도 자발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방향으로 사고를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변주하기도 하고, 적당한 비유를 찾기도 하며 문장을 가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문장의 일>에서 저자는 문장은 '세계를 창조하는 일', '세계 내의 항목을 조직화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대상을 조직화하는 방식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상이하듯,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각 개인의 현재를 담은 문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대개 창의력이 형식의 반대라고 간주하는 데다가 형식을 해친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형식은 창조에 동력을 제공한다." (p.52)
<문장의 일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퍼시


문장이라는 틀은 새로운 사고를 '창조'하는 '동력'이 된다. <문장의 일>의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형식 구조의 제약으로 방해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대치되는 단어나 어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끔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나의 세계와 상식을 깨는 것도 결국 문장의 구조라는 틀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내 생각을 표현할 적합한 언어를 찾는 과정이 내가 상상했던 문장보다 더 좋은 의미의 문장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책이나 영상과 같은 컨텐츠 감상의 행위 또한 글쓰기와 같은 생각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이 컨텐츠들은 독자 혹은 시청자에게 생각의 틀(예컨대 컨텐츠의 주제 등)을 제공한다. 개인은 이를 감상하며 비단 컨텐츠의 주제의식에 대한 사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무한한 방식의 생각을 '창조'해 나간다. 내가 먹은 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나의 몸이 변화하듯, 내가 감상한 컨텐츠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사고의 방향은 무한히 달라진다.


결국 문장을 쓰는 것도, 문장을 읽는 것도, 영상을 보는 것도 결국 생각의 도구가 되어 개인의 생각을 확장하는 행위로써 기능한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이 행위들은 그렇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종류의 사고를 가능케 한다. 컨텐츠 감상의 행위와 컨텐츠 생산의 행위는 모두 생각의 매개가 되어, 생각을 촉진하 도구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당신이 쓴 문장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문장의 일>의 헤드 카피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내가 쓴 문장은 나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동시에, 내가 쓰는 문장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간다는 중의적인 뜻을 내포하는 것 아닐까.



이 글의 생각의 도구가 되어준 책

<문장의 일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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