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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Dec 19. 2020

쌍화점 다시 읽기

고려속요 읽어보기

쌍화점(雙花店)은 중학교 때 제목만 배운 적이 있다. 고려속요로 만두가게 주인이 나오는 이야기이며 주제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는 단편적인 내용만 배웠을 뿐 전문에 대해서는 읽어보지도 못했고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배우지 못했다.  그 이후 고려말을 배경으로 남색을 하는 왕이 나오는 ‘쌍화점’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본적 있는데 연회 중 왕이 ‘쌍화점’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고 원의 풍습이라고 해서 중전이 정인(情人)에게 쌍화를 만들어 선물하는 장면이 나와 기억하고 있다. 


노래의 제목인 ‘쌍화점’은 첫째 장 첫 구에서 따온 것으로 만두가게를 의미하며 영화에서 처럼 고려 후기에 궁중 무악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쌍화점은 4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중심인물과 장소만 다를 뿐 각 장의 내용은 같다.  1장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솽화○雙花店에 솽화雙花 사라 가고신다ᆡ간/휘휘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이 말사ᆞ감미 이 ○店밧싀 나명들명/다로러 거디러/죠고맛간 삿기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더러둘셩 다리러 디러 다리러 디러/다로러 거디러 다로러/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위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긔 잔 다ᆡ 가ᆞ티 더ᇝ거츠니 업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 행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 둘째 행은 중심인물의 행동으로 섹스를 나타내고 셋째 행은 소문이 날까 두려워 하는 화자, 다섯째 행은 소문을 내는 제3자가 나온다. 여섯째 행과 일곱째 행에는 악기 소리를 흉내 낸 것으로 소문이 퍼져 나가는 걸 나타낸다. 여덟째 행에는 그 소문을 들은 사람이 나도 그 자리에 가보겠다 하며 같이 타락으로 빠져들기를 원한다. 마지막 행은 그 자리가 난잡하다고 이야기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중심인물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장 둘째 행의   /휘휘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는 섹스를 했다는 말을 표현하며 중심인물만 바뀌었을 뿐 모든 장의 내용이 같다.  

1장은 ‘휘휘回回아비(몽고인 혹은 아랍인 남자)’로 무역의 나라였던 고려에 많이 있었을 외국인, 2장은 ‘삼장사ᆞ三藏寺 샤쥬社主(삼장사 지주)’로 종교계를 3장은 ‘드레 우므레 우믓룡龍(두레 우물 우물용)’은 지배계층, 4장은 ‘숨파ᆞ갈지븨 아비(술집아비)’는 서민층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소문을 내는 사람은 1장에서는 ‘삿기광대(어린광대)’ 2장에서는 ‘삿기샹좌(어린상좌)’, 3장에서는 ‘드레바가(두레박)’로 4장에서는 ‘싀구비가(시구박, 술 푸는 바가지)’이다. 이렇듯 모든 계층을 아우르며 타락한 행동으로 대표되는 성행위와 그걸 소문 내어 퍼지게 하고 또 따라하려 하는 것을 단순히 남녀상열지사의 주제를 표방한다고 보기 보다는 그 시대상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그 시대  사회전반의 혼란과 타락을 나타내는 비판적인 노래일 것이며 직접적이 아닌 ‘내 손모글 주여이다’ 같은 은근한 표현은 세련되었으며 반복적인 렴은 노래로 부르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중고등학교에서는 조선시대 학자의 해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남녀상열지사라고만 보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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