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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Oct 01. 2020

칼국수집, 수제비집 혹은 칼제비집

종로 뒷골목의 그곳

종로 뒷골목. 그곳은 많이 변화해 있었다. 익선동이라고 불리는 그곳. 한옥을 내부를 리모델링해서 시크하고 멋들어지게. 그 좁은 골목이 발 디딜 틈이 없어 빡빡했던.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종로의 뒷골목이다.


내가 잘 아는 그 주위의 다른 골목.  무슨 무슨 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관이 입구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칼국수집 몇 개가 줄지어 있었다.  천장이 주저앉을 것 같은 낮은 플라스틱 기와 건물에 미닫이 격자 유리문이 안쓰럽게 달려 있고 그 미닫이 격자 나무의 색깔은 바랜 하늘색. 그리고 빨갛거나 검은색으로 세로로 쓰인 칼국수, 수제비, 칼제비. 그 안에 들어서면 들어서는 문 옆으로 기다란 나무의자가 있어 친구와 나란히 앉아 불투명하게 보이는 바깥을 보며 칼제비를 먹었다.  이천오백 원. 소도 한 마리 먹을 것 같은 식욕을 가졌던 시절.   작고 마른 아저씨와 조금 살집이 있는 아주머니 부부가 하루 종일 반죽을  밀어 멸치국물을 넣은 칼국수를 파셨다. 우리 가게는 노는 날이 없어요. 구정에도 열고 추석에도 열어요. 매일 열어요. 그거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붐비게 찾아오지 않는 손님과 말벗을 하며 추가도 되냐고 묻는 나에게 그건 얼마든지 되지 하며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주인아저씨. 


그 칼제비집은 이젠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추억만 계속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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