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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남 식사일기

감자조림 이야기

by 글쓰는 김씨

자취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요리할 생각조차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웠던 시절, 편의점 도시락과 라면이 내 주식이었고, "밥다운 밥"이라는 건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냉장고에 감자 몇 알이 굴러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장을 보기도 애매하고, 딱히 재료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자들을 그냥 두고 싶지 않았기에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감자조림이 떠올랐습니다. 달짝지근하고 부드럽게 졸여진 감자 한 조각을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끼가 든든했던 기억과 추억이 고파서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 가장 간단한 감자조림 레시피를 찾았습니다. 감자를 썰고, 기름을 두른 팬에 살짝 볶아낸 뒤, 간장과 설탕, 물을 넣고 졸이며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짭조름한 냄새가 방 안을 채우는 '감자조림'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재료> (2~3인분)

감자 2개 (중간 크기)

양파 1/3개

당근 1/4개

식용유 1T

물 200 ml (종이컵 1컵)


<양념>

간장 3T

설탕 1T

올리고당 1T (또는 꿀)

다진 마늘 1t

참기름 1t

후추 약간

통깨 약간 (마무리)


감자조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감자의 크기와 조리 과정에서의 간 조절입니다. 감자는 너무 크지 않게, 그러나 씹는 맛이 남을 정도로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감자의 식감을 살리면서도 양념이 잘 배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양파도 감자 크기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함께 준비해 줍니다. 양파는 감자조림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은근한 단맛을 내주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재료 손질이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조리에 들어갑니다. 먼저 팬에 기름을 살짝 둘러 예열한 후, 감자를 넣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줍니다. 처음부터 센 불에서 조리하면 감자 겉면이 금방 타버리면서 속이 익지 않을 수 있으므로, 중 약불에서 서서히 볶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감자의 표면이 투명해질 정도로 익으면 썰어둔 양파를 넣고 함께 볶아줍니다.



감자와 양파가 적당히 익으면, 본격적으로 양념을 더할 차례입니다. 간장, 설탕, 올리고당을 넣고 재료들과 잘 섞이도록 골고루 저어줍니다. 이때, 감자에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몇 번씩 팬을 흔들어가며 조리하면 더욱 맛있는 감자조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간장은 감칠맛을, 설탕과 올리고당은 은은한 단맛을 더해 감자조림 특유의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완성해 줍니다.



이제 물을 살짝 부어 감자를 부드럽게 조려줍니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넣기보다는 조금씩 추가하면서 조리는 것이 좋습니다. 약한 불에서 서서히 조리하며 감자가 충분히 양념을 흡수하도록 해 줍니다. 국물이 자작해지고 감자가 촉촉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부드러우면서도 간이 잘 밴 감자조림이 완성될 겁니다.



이제 밥을 준비하고 따끈한 감자조림을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정성이 담긴 한 끼가 완성됩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감자조림은 따뜻한 밥과 함께 먹기에 딱 좋은 반찬입니다.



완성된 감자조림을 밥 위에 올려 한 입 베어 물었다. 예상했던 맛보다 훨씬 깊고 따뜻한 맛이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감자, 짭짤하면서도 은근히 단맛이 도는 양념,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게 주는 묘한 뿌듯함이 있습니다.

그렇게 감자조림은 나에게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돈이 없어도, 힘든 하루를 보내도, 최소한 따뜻한 밥 한 끼는 차려 먹을 수 있다는 위로. 세상은 여전히 팍팍하고 가끔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지만, 적어도 감자조림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는 게 어쩐지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저마다의 감자조림 같은 음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든 날, 나를 일으켜 세우던 그 작은 한 끼. 여러분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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