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엄마
아이 친구 엄마라…!
어려운 관계라고 하기도 하고
피해야 되는 관계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 친구 엄마랑 엮여서 얼마나 많은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는 지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학부모 공개 모임에서 만나게 된 이 친구는 학부모회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우리 아이 학년 담당 학부모로 쾌활하고 사교적이며, 이탈리아 출신 답게 감정 표현이 풍부했다. 감정 표현을 참지 않아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고, 친구도 많지만 적도 많은 인물...
감정 표현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네 나라와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 더 추운 북쪽 나라 쪽에서 만날 수 있는 금발에 파란 눈이 아니라, 머리 색깔도 검은 편이고 피부색도 그을려 있어서 백인이지만 이질감이 덜 느껴졌다.
그녀는 처음부터 내게 아이가 빨리 이 곳에 적응하도록 친구를 사귈 기회를 주라며, 아직 학교에 등교도 안 했는데 힙합 댄스 학원에 당장 그 날 등록하라며 재촉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힙합 댄스 클래스를 좋아는 했지만, 우리 아이는 그 아이와 친구가 되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우정과 엄마들의 우정이 별 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우리 아이를 집에 초대해주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엄마와 수다도 떨 수 있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아이와 별개로 나에게 종종 연락했고 우리는 밥도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내게 종종 보내듯 문자가 도착했다.
Lunch @ ****?
종종 번개하자던 그녀의 요청에 그 날 나갔는데, 그 날은 아이의 이 곳에서의 적응문제(학업능력)와 어떤 특정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렸던 무척 우울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날 그 친구와 조용한 일식집에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쏟아진 눈물이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내 등을 쓸어내리며,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자신도 해외에서 다른 엄마들이 위로해주면 위로받고 살아왔다고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학업을 따라가는 게 힘들면,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학교의 보조 시스템들을 알려주었고, 공부하는 어플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 친구는 처음부터 자신의 아들 이야기든, 자기 이야기든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난독증상이 있는 자신의 남편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아들도 학업에 어려움이 있지만, 학교에서 수업 때 종종 따로 반으로 이동해 도움을 받고 있으며, 남편은 어려서 난독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스펠링 체크는 밑에 직원이 알아서 하고 있고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국제기구라는 멋진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처음 이 곳에 적응하는 일년 동안 아이는 학업을 어려워했다 아니 헤메였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학업이 재능이 아니라면 다른 재능이라도 발견해야할 터인데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며 한탄했다. 나의 한탄에 그녀는 우리가 어려서 얼마나 재능이 있었으며, 그걸 스스로 알기나 알았었냐고 반문했다. 사실이었다.
나는 너무 과다하게 아이의 재능이 짠 하고 드러나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이의 재능은 눈에 띄는 음악적, 신체적, 수학적 재능 이런거 외에도 눈에 덜 띄는 다른 것일 수 있었다. 그건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리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혹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우리는 아이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 만났지만, 그녀는 이렇게 가뭄 땅에 하늘이 내게 내려준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그녀를 만날 때, 그녀는 활짝 미소지으며 나를 반갑게 그리고 남쪽 나라 사람들이 그렇듯 정이 넘치게 나를 끌어안으며 내 양 볼에 뽀뽀를 한다. 고향에서 먼 이역만리 땅에서 그저 이방인이었던 나를 그렇게 반갑게 맞이해준 그녀를 만나고 오면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