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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아내 친구 사귀기 1단계

재능기부

by 미미


주재원 아내의 사람 사귀기는 눈덩이 굴리기 방식이다. 한 마디로 한 사람을 알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


주의점: 잘 못 만나면 눈덩이가 아니라 굴러가다 멈춘다. 체인고리가 끊어진 사람을 잘 못 고르면 안 됨고리 연결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있음


어제 급하게 ㅇㅇ대사부인한테 메세지가 도착한다.

지금 올 수 있어? ㅇㅇ 아파트야. 롸잇 나우. 베이킹 수업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예전에 내게 같이 가자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일본대사관 2인자 부인인데 베이킹 고수가 있다고 들었다.


수업을 들으며, 시식도 하고, 실습도 안 해도 된다며 담 번에 같이 가자고 했었다. 그 와이프는 잠시 휴가로 귀국했다 다시 이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베이킹 수업은 수업료가 얼마냐니 공짜라고 했다. 그럼 대체 수업을 왜 하냐고 물으니 “그냥. 지루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라고 했다. 지루해서 자길 초대해서 베이킹 수업을 종종 한다 했었다. 그 곳에 오늘 초대받아 간 것이었다. 수업 중간에…


그 곳에 가니 쉬폰 케익이 이미 오븐에 구워지고 있었다. 크림슈를 막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입구에서부터 익숙한 차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 가니 같은 아파트 주민 M양이 있었다. 매일 아침 아이 스쿨버스 기다릴 때 보면서도 베이킹 수업은 입도 뻥끗 안 했기에 이 곳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베이킹 수업이 처음이냐고 물으니. 수줍게 웃으며 “ㅎㅎ 몇 달 됐어.” 라고 고백했다. 이 것이 고백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 곳의 특성상 ‘뭘 하든 상대방이 모르게 하라’는 룰을 이 친구도 정확하게 적용 하고 있었다.


‘비밀수업이냐’ 물으니 킥킥 대면서 ‘비밀로 1:1 수업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원치 않은 비밀을 들킨 민망한 표정이었다.


여긴 모든 게 이런 식이다. 굳이 다 말하고 다니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비밀 아닐 게 비밀이고, 비밀로 하고 싶어도 좁은 사회의 특성상 시간 문제로 모든 게 들통나고 마는 그런… 그래서 무얼 하던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놀러가도, 무얼 배워도, 사람을 만나도 모두.


주재원 와이프들은 지루해서 수업을 열고 또 지루해서 수업을 참여한다. 물론, 이런 모든 사적 모임은 아주 작은 단위여서 초대를 받아야 참석할 수 있다. 앞으로도 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름 시간 때우기에 유익하고, 끝나고 시식할 수 있게 포장도 해서 주니 참 신기한 공짜 수업이었다.


결론

주재원 아내가 사람을 끌어모으는 팁 1: 재능기부

재능을 기부하라. 당신이 내놓는 시간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재능기부는 백퍼 사람과 사귀는 지름길이다. 당신이 주재원 아내이고 새로 사람을 사귀고 싶거든, 당신의 재능을 기부하라. 혹시 아는가,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귈 수도 있을지…!


사족: 일본대사관 2인자 부인은 아무래도 사람 사귀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조용한 성격상, 내향형임에 분명했다. 따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나 일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사람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여는데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클래스가 열리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수 밖에.

아이들 대상으로 클래스를 한 번 열어서, 약 1만원 정도 기부를 받았다. 종전 독일에서 일하던 NGO단체에 기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재능기부를 통해서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주재원 와이프들의 시간 때우기 스킬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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