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회

비디오테이프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비디오테이프


서재방 책상서랍을 열어본지가 얼마만인지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책상에 앉아 언제 책을 읽었는지도 가물가물 하다.

간단한 작업이 필요할 때 몇십 분 컴퓨터 화면과 함께 시름하는 게 다였다.

쓰지 않던 인감도장을 찾다 혹시나 책상 앞에 앉았다.

서랍 고리에 푸른 녹이 서렸다.

녹가루가 떨어져 나와 손끝을 오염시킬 것 같다.

먼지가 낀 서랍과 책상 몸체의 이음 부분이 달그락거린다.

방치해 두었던 시간이 한바탕 쏟아져 나올 듯 삼엄하게 대기 중이다.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고 필요이상의 힘을 주어 끌어당긴다.

칠이 벗겨진 서랍이 거미줄 쳐진 관뚜껑처럼 열린다.

비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비디오테이프 몇 개가 흩어져 있다.

한때는 자주 돌려보았을 영상이 추억을 사린채 서랍 속에 갇혀있었다.

백골이 된 뼛조각을 꺼내듯 비디오테이프 하나 들어내 생의 기억을 돌려본다.

빛나지 않았을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삶의 수작이었을지 모르겠다.

내 생을 증명하는 인감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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