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적당하자
잊을 만 해졌다고 잊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잊을 만 해지고 있다는 것에 고무된다.
약이 된 시간에 상처가 아물듯
감정에 깃들어 있던 흔적이
나름의 속도로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우려는 집착이 지나치지 않도록 다독거린다.
언젠가라는 특정할 수 없는 때가 오기로 되어있다.
천천히 아련함을 삭이다 보면 온전하게 잊어지고 말 것이다.
경험한 과오가 다가오고 있는 생의 동력이 된다.
적당하자. 견뎌낼 수 없도록 뜨겁지도,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을 초래하도록
차갑지도 않게 미지근하자.
마음근육에 굳은살로 박혀있던 이별이
어느 날인가 불현듯도 생각나지 않을 순간이
통쾌하게 오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