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설
예기치 못한 건 아니었다. 경험상 이때쯤이란 걸 알고 있었다. 봄맞이 폭설이 한차례 지나갈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움직임을 멈추어야 할 정도가 아니길 바랐을 뿐이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대로였고 습기를 머금은 눈은 폭탄처럼 뭉쳐 내렸다. 2월과 3월의 경계, 겨울과 봄 사이를 습설이 갈라놓았다. 남쪽에서는 장마처럼 비가 내리는 동안 대관령 동쪽에서는 태백산맥을 타고 무릎까지 눈이 덮쳤다. 다행히 습설은 오래 남지 않는다. 봄을 몰아오는 온화한 바람과 태양의 복사열이 본래 물이었을 눈을 빠르게 물로 환원시킨다. 소나무는 부러질 듯 바닥을 향해 기울였던 가지를 들어 올리고 상고대처럼 눈꽃을 피웠던 활엽수의 가지는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투박해진 껍데기를 드러낸다. 이제 공식적으로 겨울은 물러났다.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곧 도달할 것이다. 이미 매화와 산수유가 화사한 자태를 드러냈고 별꽃과 큰 봄까치꽃이 봄과 겨울을 떼어놓는 시간의 틈새를 채우기 시작했다. 올 것은 왔다 가야 한다. 불편한 것이 피해서 갈 것이란 바램은 정신만 피로하게 한다. 맞이할 일은 맞아 보내야 한다. 습설이 녹아 마른땅을 적신다. 푸석하던 가뭄이 해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