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겨울공화국
고고한 어둠이 짙어지며
겨울밤이 깊어짐은 당연한 현상일 뿐,
싸락눈이었다가 펑펑눈이었다가
가로등 주위로 모여드는 눈발이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아귀속살처럼 하얗고
쌓인 눈을 바람에 얹어 털어내며
무게를 덜어내는 나뭇가지에 평상심으로 품고 있던
젊었던 시절의 첫 감정이 빗진 연민의 무게중심처럼 쏠리고
애증의 모난 사이인지라 생각날 때면
그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한
추억이라는 소용돌이를 돌고 있는 사람으로
가슴팍 깊숙이 남아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려니
설원에 누워있는 것처럼 흰 천으로 감싼
매트리스보에 등짝이 서늘해서
길어야 쓸데없이 애먼 시간만 죽이는 선잠을
세수 부족으로 수면복지가 끊겨가는
겨울공화국에 세금처럼 납부하며
폭설의 격리경고에 이자가 늘어가는 부채 같은 대설경보와
헤어지기를 기깔나게 빌고 있는 간절한 밤
지나온 세월처럼 거추장스럽게
피지가 축적되어 있는 귀를 후비듯이
개운하게 나에게 나를 위탁시키고 싶어서
밤을 꼬박 새워 내리는 눈이나 되자고
하룻밤 정도 뜬눈으로 밤눈과 동침을 해도
아직은 견딜만한 나이,
무작정 외롭지만도 않고 감당할만한 고됨으로 단련되어
잇고 이어지는 나의 겨울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