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향에 눈물이 난다고 울었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모란 향에 눈물이 난다고 울었다
안과 밖의 경계에 모란 담장을 피워놓은
집주인의 마음이 진한 골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봄밤의 훈기에 방심한 채 이불을 걷어낸 잠 탓에
코감기가 잡혀 들어와 맹맹한 머리가 밝아진다.
지나가는 누구나 거침없이 잡아들이는
마력의 향기에 걸음을 멈춘 채
얼굴을 들이밀고 나도 동참을 한다.
아주 조금 눈물이 났다.
꽃향을 맡으면서 울다니 난감하다.
부나방 같이 쫓아다니던 그리움을 놓아준 뒤로
기분이 좋아지면 눈초리에 물기가 찬다.
회한에서 초탈해졌다는 반응이다.
모란꽃잎에 손을 뻗어 입가에 대어 본다.
내 몸의 안과 밖이 찐하게 흔들린다.
모란 향에 눈물이 난다고 부끄럽지 않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