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날시예감
외로움을 타지 않는 것은 없나 보다.
모든 생명체들도 무생물체마저도 외로움에서 자유롭지는 못한가 보다.
사람이니까 외롭다, 가끔 하느님도 외롭고, 새들도, 산 그림자도,
종소리마저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단다.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외로움의 깊이는 다를 것이지만 외롭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혼자 있어야 외로운 것만이 아니다.
무리에 섞여 있어도 녹아들지 못해 외롭고
생각이 달라서 외롭고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서 외롭다.
자기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니까 외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