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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3. 2021

전철 안 홍해

윤석산

전철 안 홍해 

윤석산



그가 저쪽 칸에서 이 쪽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열어준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도 같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우리들 사이를 건너고 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건너는 음악의 홍해

여기저기 때로는 동전 한 닢, 때로는 지폐 한 장

던져주는 사람들 사이,

동전도 지폐도, 또 세상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는 다만 구슬픈 음악으로

이 칸에서 다시 저 칸으로

기적이 없는 시대의 기적, 꿈꾸듯

그렇게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날시예감

요즈음엔 전철을 잘 타지 않아서 아직도 이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예전엔 사람 떼로 붐비는 전철에서 맹인이거나 어딘가 불편하 사람이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을 하는 이런 풍광은 쉽게 볼 수 있었더랬다.

시인은 전철 안에 사람의 물결이 갈라지는 것을 보며 

홍해의 기적을 떠올렸다. 기적이 없는 시대에 기적을 꿈꾸며

모세의 기도처럼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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