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생일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봄바람과 생일

종일 침대와 거실과 화장실로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커피 세 잔, 돼지고기를 잔뜩 넣은 김치찌개, 콩나물을 듬뿍 투하한 라면 그리고 때마다 마개를 오픈한 소주. 무료할 때마다 무선청소기를 돌리며 혼자의 생활에 침몰했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냉기가 점령한 중간 방에서 홑이불을 꺼내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리모컨질을 하다가 그마저 지루해지면 커튼이 쳐진 이후 젖힌 적이 없는 끝 방에서 책꽂이의 책들을 이리저리 이동시키기도 했다. 오래 묵은 회전의자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다 삐끗해 엉치뼈가 시리도록 낙상을 하기도 했다. 먹은 잔해물들을 때마다 씻으며 냉장고에서 익어가는 멀쩡한 반찬들도 끌어내 최강 속도를 자랑하는 음식물 처리기에 돌리며 지루함을 갈았다. 손이 건조해지고 가렵다고 느껴질 때면 화장대에서 잠자기만 하던 로션을 소환하고 입 안이 심심하면 칫솔질을 하며 대형 거울 속에 비춰진 표정 없는 얼굴과 대면했다. 수건 몇 장과 양말 서너 개뿐인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기까지 제 역할을 시켰다. 새 이파리를 피워내고 있는 그라비올라 화분에 물을 주고 먼지 낀 잎을 닦으며 답답할까 봐 커튼을 젖혀주기도 했다. 탁자 위를 굴러다니는 페레로로쉐 초콜릿을 까먹으며 코털 가위로 큰 코를 쑤시다 날이 저물었다.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겠다. 수선스럽고 이기적이다. 사람이 혼자일 때 품어야 하는 심란스러움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왔으니 당연히 맞으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을 미리 축하해주는 문자를 읽으면서 처연해진다. 미역국은 잘 먹은 걸로 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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