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난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때깔 난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너는 물었다.

실없는 웃음기가 옅은 한숨처럼 서려있는 표정을 보면서

고단했을 너의 시간들을 가늠해 보았다.

내가 네가 돼서는 안 되는 생의 순간들을

얼추 넘겨짚어 보기는 해도 실제를 알아낼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너와 나의 삶이 그리 다르겠느냐 반문을 한다.

지독한 사랑에 빠져있던 시간이 있었고

허전한 이별의 시련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성공한 일보다는 실패에 더 가까워서 상심한 일이 더 많았고

풍족은커녕 필요에 이르지 못한 허기에 주림을 당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의 나를 다른 나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붙들고 있어야 해로운 기억들은 놓아주고

있는 대로의 나를 여전히 믿어준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래야 지나온 시간과 지나갈 시간이 제 빛깔을 낼 것이다.

다시 하려는 질문은 어떻게 살 거냐고 물어봐 다오.

나를 나일수 있도록, 너를 너일 수 있도록 지켜가는 것이

때깔이 난다라고 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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