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어쩌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없어지고
아빠가 되어 있었습니다.
운명처럼 혹은 숙명이라고 받았지요.
그때부터 첫 번째 직업은 아빠였습니다.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은 척해야 했고
곤궁해도 당당해야 했습니다.
무너지면 신성한 직업을 지키지 못할 테니까요.
나를 정당화시키고자 하는 기우였습니다.
스스로 커서 스스로를 지켜 가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나는 수십, 수만 배 단단해졌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의 직업은 나입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겠다는
발랄한 노래처럼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버릴 거 버리고 잊어야 할 거 잊겠습니다.
지나간 날의 부스러기를 청소하고 싶습니다.
나는 나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