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성스러운 맹세
“아픈 디는 없지야? 나는 괘안아.”
오늘도 선수를 놓치고 맙니다.
늘상 먼저 해야겠다는 말을 빼앗기다 보니
마음이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별일 없어. 아직 날이 차. 보일러는 틀어놨지?”
뒷북치는 안부를 천연덕스럽게 묻습니다.
“나 걱정일랑 하덜 말고 니나 잘 챙겨.
밥은 묵었냐? 밥때 거르면 안 된다야~.”
이제부터 되풀이하는 레퍼토리를 시작할 모양입니다.
들을 때마다 특별히 해줄 말이 없습니다.
“여그저그 안 쑤시는 디가 없어서
댕기고 싶은 디를 못 댕겨서 글제. 나는 편허다.
더 아퍼서 움직거리지도 못 허고 눕기 전에 편케 가야 할 거인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혀나 두어 번 차주고
통화가 종료된 전화기를 멀거니 쳐다봅니다.
푸념 같던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태도가
자식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성스러운 맹세로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