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밥 짓는 저녁
낡은 밥솥을 깨끗이 씻어 폐기물 상자에 넣어 놓은 지 삼 일 만에 새로 주문한 최신상 솥이 도착했다. 콩나물밥, 무밥, 버섯밥. 다양한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먹고 싶어서 밥솥을 바꾸기로 작정했다. 쌀이 부족해 잡곡을 넣고 나물들을 더했던 어머니의 가마솥 밥이 그리워졌다. 쌀을 씻어 불리고 콩나물을 씻어 밥을 안쳐 놓고 달래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맛이 무척 궁금하다. 평범함이 안정을 준다. 콧노래에 맞춘 달래 써는 칼질소리가 집 안을 점령한다. 다 된 밥솥 뚜껑을 열고 따습게 얼굴에 쐬어지는 밥 김 냄새를 맡는다. 밑반찬이라야 김치와 오징어젓갈과 멸치볶음이 다지만 뜨거운 밥 한 공기만으로도 푸짐한 저녁이다. 최상급 고기를 굽고 멋지게 플레이팅을 한 요리가 있는 밤보다 김이 나는 흰밥 한 그릇이 주인공이 된 밥상을 마주하는 것이 뜸해져 버린 생활에 싫증이 난다. 마음을 담아 서로의 입에 밥 한 숟갈 넣어 주며 눈꼬리, 입꼬리를 올리는 저녁 밥상 앞에 있고 싶다. 그렇게 정이 사무치게 그립다는 말을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