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일탈을 바라며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일상의 일탈을 바라며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닫으며 주방에서 설거지를 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불안하다. 뉴스채널에 맞춰진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전염병에 대한 상황과 대응에 대하여 한 편의 짜여진 소설을 쓰고 있는 해설가들의 목소리가 장황하다. 물소리에 맞춰 컵과 그릇을 순서대로 닦는다. 라면봉지를 뜯어 끓고 있는 스테인리스 편수 냄비에 면을 투하하고 김치냉장고에서 깊은 맛을 품고 있는 묵은 김치를 꺼내 적당한 크기로 칼질을 한다. 얼음을 깨 유리컵에 담고 페트병 소주를 붓는다. 습관으로 굳어가는 저녁 일상에 나는 잘 적응 중이다. 휴대폰을 꺼내 식탁에 올려놓고 고슬거리는 면에 젓가락질을 하며 인스타를 보다 페이스북으로 넘어간다. 카톡 내용을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해주다 국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식사를 마친다. 채널을 1번부터 100번까지 3회전쯤 하다 보면 하는 꼴이 지겨워 이른 잠자리에 들어가지만 두어 번 이불을 걷어차고 팬티바람으로 거실로 나와 물을 마시거나 액체 홍삼을 빨아대다 할 일 없어 침대로 들어가게 된다. 밤은 항상 길고 지루하다. 공기청정기가 뿜어내는 기계바람 소리와 가습기가 내놓는 수증기가 오래전에 집에서 사라진 사람의 숨소리처럼 새근거린다. 일상이 일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료해서가 아니라 설레서. 고요해서가 아니라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못하기도 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위눌린 꿈을 흔들어 깨워줬으면 좋겠다. 잠꼬대를 하다 일어나 소변을 보고 내린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천둥 치듯 뒷등을 밀친다. 새벽이 왔을 시간이다. 일상을 맞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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