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식도락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먹는 것이 많다. 세끼 이외에 간식을 먹고 짬짬이 군것질도 한다. 불경기라고 입에 달고 다녀도 소문난 맛집에는 줄을 선다. 물리적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간에도 여전히 낯익은 풍경이다. 먹어야 산다라는 명제는 생명활동이 유지되는 한 진리라는 걸 실감한다.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걸 어쩌랴. 맛난 것을 먹어야 살맛이 더 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맛없는 것도 먹어야 산다. 나이도 먹었다고 한다. 욕도 먹었다고 한다. 먹는다라는 말에는 받아들인다는 수긍이 녹아있는 것이다. 소화시킬 수 없는 것도 먹는다에 담긴 철학은 긍정이다. 마음도 먹어야 비로소 다짐이 되고 무엇이든 시작하게 된다. 입으로 먹는 것보다 마음으로 먹는 맛이 더 강렬하고 오래 지속된다. 마음의 미각이 민감한 사람이 진짜 식도락가다. 가슴이 맛있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