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소주가 열여섯 병
푹, 푹 대기가 찌는 날, 중복이라고 했다.
금대리 큰곰식당은 치악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내는 찰, 찰 소리를 품어내고 있었다.
더워서, 더위를 이겨내자고, 까짓 더위쯤이야.
우리는 속에 품고 있는 열병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시절을 핑계 대고 건강을 외쳐대면서
산다는 불평을 최고의 안주감으로 떠들었다.
정치를 예언하고 경제를 비관하다가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이 비등비등할 뿐이라고
차가운 소주병을 비워 한 줄로 세우며
얼굴이 얼얼해지고 있었다.
깊어져 있는 눈주름과 벌초가 잘 되어있는 듯 솟아있는 뱃살을
부끄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끔 헛구역질을 해대며 화장실을 몰래 다녀와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복더위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어도
그러려니 넘어가 주는 사이가 쉽고 편안 법이다.
식탁에 줄을 선 소주병이 열여섯 병이 되어서야
서로의 인생사 여정감이 멈춰졌다.
너와 나의 사연이 중복되는 복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