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한계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애증의 한계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은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조건 없이 맺어진 사랑의 관계가 있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 그렇다. 애초에 절연할래야 할 수 없는, 끊을 수 없다는 말이 적절하다. 시작부터 미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믿음에 가해진 오해가 서로의 마음에 흠집을 내서 원망이 되고 서운함이 깊어진 애증이라고 해야 맞다. 후회를 하면서도 조금 더 시간을 갖자고 미루고 미뤘다. 서로가 품고 있는 상처들이 옅어지면 연민이 서로를 불러들일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절로 좋아지기만 기다리며 방치해서는 안될 듯하다. 어쩌면 오해와 원망이 깊어져 메우지 못할 골이 파여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가족이란 관계를 회복시켜야겠다. 단단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형편없이 헐거운 불평으로 중지시켜 놨던 금제를 풀어야겠다. 한꺼번에 몇 년 동안 소원해졌던 시간을 없애 버리진 못할 것이다. 봉인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소환하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조건 없던 사랑에 서로 잘하자는 조건을 달았던 나부터 용서해야겠다. 서로 각자의 상실을 이겨 내지 못하고 아파했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자.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라는 사과도 필요 없다. 원천적으로 그런 말들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가 아니다. 느슨하게 묶어 놓고 풀 수 없다고 허위 다짐을 했던 매듭을 푼다. 한계가 분명한 애증을 놓아주어야겠다. 죽을 것만큼 사랑하던 시간을 복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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