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트라우마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부터 죽음을 대하는 일이 가장 두려워졌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례식장엔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 동료와 친구들의 친인들을 전송하는 자리에도 애도의 봉투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를 등 뒤에 달고 함께 다녔던 병원들을 지나쳐야 할 때는 멀리 돌아서 가게 됩니다. 시간이 적당히 지나면 적응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심장에 새겨진 슬픔은 실핏줄을 타고 돌고 돌뿐 약해지지 않습니다. 어제는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는 회사 후배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머릿속에 새기고 새기면서 조문을 갔습니다. 빈소에 인사를 하고 나오자마자 심장이 불같이 뜨거워지고 숨쉬기가 불편해졌습니다. 후배에게 무턱대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서둘러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병상 생활의 가슴 쓰린 기억들부터 고통에 절어 의식을 잃어가는 마지막 이별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을 후벼댔습니다. 나보다 앞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먼저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아픔은 약해졌다고 잊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숨어있다 언제든 발광을 해대는 트라우마로 잦아들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