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뾰루지
계속되는 비에 놀랐나 보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물기에 젖은 잠 속으로 찾아와서
들쑤시고 가고 엉덩이가 들썩여서 일어났다 자빠졌다 하며
빗소리처럼 쉬지 못하는 밤이
결국 얼굴 여기저기에 뾰루지를 심어놓았다.
면도를 하다 벌겋게 부어오른 인중이 아프다.
이마에 거추장스럽게 불거진 돌출부를 비춰보는 거울 앞에서
진척 없이 늘어져 있는 생활이 긴장된다.
혼자 지키며 살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를 가꾸는 데 소홀해지고 있었다.
아무 옷이나 보이는 대로 입고
아무 음식이나 배만 채우면 만족했다.
마지못해 얼굴에 바르는 스킨과 로션도 유통기한이 지난 거였다.
피부가 화가 날 만도 하다.
정성을 들여 가꾸지는 않아도 방치하지 말라고.
잘 입고 잘 먹고 잘 발라야겠다.
나에게 나태하지 않아야 삶이 진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