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장애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조절장애

장마다운 장마가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낮 동안 가늘어졌던 빗줄기가 밤이 되면 하천을 범람시키고 축대를 무너뜨립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지고 빗길에 미끄러진 차들이 혼잡하게 얽혀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재산과 인명의 피해까지 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소강상태에 들어서 버린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보고 싶어집니다. 여전히 고성이 오가는 국회와 저명인사를 향해 폭로된 미투가 장마보다 시끄럽다는 것에 미간이 좁혀집니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과 그 권위에 기생하며 본분을 망각하는 일부 언론의 개나발 소리가 사회를 오물통으로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극좌도 극우도 염증이 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 표현의 망종이 건강한 삶의 터전에 물난리를 냅니다. 온 나라가 조절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자기만 옳은 사회는 없습니다. 모두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옳습니다. 다만 옳고 그름의 잣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세상이 밝아지게 됩니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다 힘을 잃을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비가 그치면 폭염이 삶을 괴롭힐 것입니다. 몇 차례 태풍이 지나갈 겁니다. 여름이 지나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불편들입니다. 정체되었던 바닷물을 뒤집고 공기를 바꿔 놓을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볼썽사나운 고성방가도 삿대질도 쓸려 가 버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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