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아주 잠깐만 마스크를 벗고
장마와 폭염의 사이가 만들어 낸 기압골이 휴전 중이다. 의무가 된 마스크를 귀에 걸고 헐렁한 반바지와 늘어진 티셔츠를 걸친 채 늘 다니는 길을 걷는다. 풀잎이 쓰러져 있다. 꺾인 풀대의 비명이 상큼하게 코를 자극한다. 사지의 활개를 펴며 오늘 하지 않으면 영영 못할 것처럼 코를 킁킁대며 새로 시작되고 있는 인연을 가늠한다. 불어난 물이 졸졸 비탈을 타고 발밑을 타고 지나간다. 부처꽃이 습지에서 새초롬하다. 좀작살나무도 분홍의 열매를 맺기 위해 여리게 피어 있다. 바쁠 것도 없는 걸음은 자꾸 멈춘다. 천인국과 원추리 사이가 만들어 놓은 틈에서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고 사랑하며 살아야 삶다워질 거라고 숨을 크게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