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지에 쏘이다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벌거지에 쏘이다

벌거지는 버러지를 이르는 사투리다. 생김새가 무섭다고는 할 수 없으나 흉물스럽다. 이로움을 주는 생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누에를 벌거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비의 애벌레도, 장수풍뎅이의 유충도 그렇다.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식물의 성장을 저해시키는 것들에게 벌거지라고 하는 편이다. 버러지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살아남기 위하여 독성을 품고 있거나 숙주를 골라 기생을 한다. 벌거지에 쏘이거나 물리면 피부가 붓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고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소나무가 송충이의 집단 공격에 말라 죽고 붉은 매미의 공격에 과실나무들이 탐스러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버러지같이 악취가 나는 배설물을 아무 곳에나 싸지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 타인을 공격하고 속이는 극독을 쏘아대며 사는 사람이 있다. 소수가 아니라 제법 많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적 규범이나 법이 존재하지만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오히려 허점을 이용하며 산다. 사람에게 죄짓는 잘못된 삶을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 벌거지다. 자신만을 아는 사람은 염치가 없다. 비루한 삶을 부양하기 위해 들러붙을 숙주를 찾는다. 잘못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하는 듯 자신만을 위한 행동에 당당하다. 관계를 단단히 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에 인간 벌거지에 쏘였다. 빠져나오지 못할 깊은 관계까지 가지 않고 알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흉한 관계를 끊으면서 한 단계 성장한다. 버러지 경계경보를 발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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