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한판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뒤집기 한판

일곱 달 동안 깔고 앉아있던 카펫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3년 동안 창고에 방치했던 카펫을 깔았다. 추억의 찌꺼기가 묻어있을 줄 알았는데 거실이 환해진다. 겁을 지레 먹고 있었다. 오래된 물건을 버리거나 외면하고 있던 이유는 과거를 소환해낼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상황은 그저 기우일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삶을 복잡하게 할 뿐이다. 새로 산 이불, 새로 장만한 옷만 덮고 입으며 3년을 보냈다. 지나간 아픔을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다. 오늘은 이불장에 쟁여놨던 예전의 이불과 베개를 꺼냈다. 옷장을 뒤집어 묵은 냄새가 나는 옷들을 쏟아냈다. 멀쩡한 것들을 놔두고 쓸데없이 돈을 썼다. 찬장 깊은 곳을 뒤져 접시와 컵들을 들춰냈다. 책장을 다시 정리하고 쳐놓은 채 방치했던 커튼을 젖혔다. 책상에 앉아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노트를 채웠다.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말만 앞세우고 나는 지금이란 삶을 회피하며 엄살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묵은 물건들이 뿜어내는 칙칙한 냄새들이 편안하게 와 닿는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변하지 못하면 새로워질 수 없다. 오래된 나를 뒤집어 새것처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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