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의 강
대기의 강은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강물이 대지를 흐르는 것처럼 하늘 위를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집중호우의 원인이다. 대기의 강은 대략 미시시피강 25개 분량의 수증기를 품고 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물폭탄의 띠가 공중을 강처럼 흐르다 조건에 맞는 기압대와 마주치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하필 그 하늘 강의 중심부에 한반도의 중남단이 빠져들어 있는 시기가 장마와 겹쳤다. 무지막지한 폭우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정도 봐주지 않고 동서로, 남북으로 열흘이 지나도록 내리고 있다. 그렇게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경험하지 못한 강우의 현상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이제 경험해 봤으니 앞으로 이보다 더 극심한 대기의 강의 규모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장마철이라는 말은 사전 속에 가둬놔야 할 것 같다. 장마가 아니라 우기다. 20여 일 비가 오다 말다를 지속하다 물러가는 예전의 장마 모습을 어쩌면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 같다. 한 달 이상 거의 개는 날이 없이 비가 지속되는 우기가 한반도에도 도래한 것이다. 아열대의 우기가 북상을 한 것이다. 아열대의 기후가 된 것이다.
대기의 강이 점점 강력해질 것이다. 우기가 길어질 것이다. 강우량은 포용할 수 있는 한도를 훨씬 더 상회하게 될 것이다. 강이 범람하고 산의 무너짐이 대수롭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달라진 세계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흙탕물에 잠긴 농작물들이 묻고 있다.
여기저기 물난리가 났다. 산사태가 났다. 대비를 위해 있어야 할 사람들은 없었고 대피를 하고 있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쓸리고 묻혀 써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있어야 할 사람은 책임을 다했다는 괘변으로 멀리 도망가고 잊지 말라고 주검은 말이 없다. 별난 세상이다. 죄 있는 이들이 웃으며 죄 없는 이들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아 한다. 사람 모양을 한 금수의 심장을 가져야 명예도 얻고 부도 지키는 세상의 변두리에 선량하게 삶을 지켜가는 이들이 방치되어 있다. 막돼먹은 세상을 대기의 강이 싹 쓸어버리면 좋겠다는 비극적인 소망을 빌어본다.
마음에 구멍이 났다. 세찬 폭우가 세상을 빈틈없이 메운다. 대기의 강이 내린 홍수경보에 빠져 있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