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염전에서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태평염전에서


파도는 들어왔다 나가기를 멈추지 않아야 할 숙명을 타고났다.

그러나 숙명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질을 자초하기도 한다.

염전에서는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고 갇혀

본연의 임무를 제한당한 짠물들이 증발해 하늘로 귀의 중이다.

물과 소금이란 전혀 다른 운명의 기로에 서는 대전환의 순간이다.

곰삭은 맛을 내는 젓갈의 기본 베이스가 되는 소금은

본래의 속성이 금제 되어야 결정체가 되어 알갱이채로 섞였다가

대상물에 액화되어 맛으로 스며든다.

염전을 쓸고 지나가는 갯바람 속에서 진득한 삶들이

섞이고 버무려져서 발효되는 냄새를 맡는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태평염전에 들어왔다 나가지 못하고

소금처럼 고단함을 알맹이로 바꾸는 화학적 변화를 감행하고 있는 것 같다.

칠면초가 품은 염기가 줄기와 잎에 붉은 기운을 촘촘하게 밀어 올리는 것처럼

쌓아놓은 천일염의 간수를 빼고 있는 소금창고에 고정된 눈시울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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