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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Dec 04. 2023

서울의 봄

새글 에세이

서울의 봄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감정은 분노였다. 심박지수가 사정없이 올라갔고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나에게서 영화를 보고 나서 관람평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영화는 끝났지만 장면들 하나하나가 뇌리를 깊이 파고들어 사라지지를 않는다. 잠을 자면서도 분노가 새겨진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서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12. 12 군사반란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국민들을 악몽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알지만 정작 그 반역의 주체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잘 먹고 잘 싸지르며 살거나 호화로운 무덤의 주인으로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성공한 쿠데타라고 미화하는 일부 몰지각한 세력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개탄스럽고도 한심한 일이다. 이미 역사는 쿠데타가 아닌 반역으로 정의를 내렸다는 것을 그들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더러움을 더럽다고 인정하지 않는 무리와 하등 차이가 없다. 12. 12 군사반란의 주체들과 그에 동조한 자들은 비열하고 잔인한 인간군상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오점으로 점철된 치욕의 역사 그 이상, 이하도 아닐 뿐이다.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면 역사를 받치고 나아가야 할 대다수 구성원들이 불행해진다.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막무가내로 하거나 어긋난 침묵을 함으로써 잘못에 동조를 하는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이 또한 역사다. 이제는 그 오욕의 역사가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도록 의식의 경계를 풀지 않아야 한다.


1980년 서울의 봄은 그렇게 5.16을 모방한 신군부들의 그릇된 권력욕에서 출발한 군사반란으로 무참히 짓밟혔다. 현대사에서 가장 뼈아픈 상처가 되었다.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총칼로 진압하며 학살을 자행한 신군부가 나라의 주인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광주의 아픔은 지금도 아물지 못한 현대사의 수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5월은 지금도 아프다.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열망한다는 이유만으로 쓰러지고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아직도 망월동에 안장되지 못한 죽음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아니다. 인간임을 포기한 사람을 용서해서는 안된다. 죄도 밉지만 그 죄를 저지르고도 사과할지도 모르는 인간은 인간으로 대우해 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용서가 능사가 아니다. 용서는 용서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다. 잘못된 용서는 감정의 사치일 뿐이다. 잘못을 다시 반복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가 지속되는 한 끝까지 그 잔악함을 기록하고 분노의 단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독재의 유혹에 빠져드는 또 다른 세력이 발호하려는 원초적인 싹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5. 16을 혁명으로 인정하면서 우리 사회가 저지른 용서라는 관용의 미덕이 되풀이되면서 그렇게 실패하면 반역이 되지만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파렴치한 망언을 앞세우고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들에 의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군홧발에 차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불행은 민중들의 몫이 되었다. 사리사욕에 물든 군부의 총칼과 무소불위의 권력욕 앞에 처참히 깨어진 민주주의의 무덤이 된 역사가 되었다.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하자마자 파죽의 기세로 관람객들이 들어차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5,60대는 물론이고 20, 30세대까지도 영화관을 줄지어 찾고 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물론이고 잘못된 역사도 바로 알아야 한다. 알아야 고치는 것이다. 깨달아야 바로잡는 것이다. 아무쪼록 전 국민이 모두 보고 그 오욕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하고 전개되었는지를 다시 머릿속에 깊이 각인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와 유사한 역사의 반복을 이제는 원천적으로 차단시켜 내길 간곡히 소망한다.


이승만 정권의 경찰독재에서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를 다시 전두환정권이 강화 계승했던 80년대까지 민중들의 삶은 철저히 정권에 종속된 노예의 삶이 돼버렸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끈질긴 투쟁과 민주열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을 바탕으로 문민시대를 열고 평화시기를 창출했지만 경계의 의식들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잘못된 역사의 망령이 되살아나 경찰독재에서 군사정권으로 이어졌던 망령이 되살아나 작금은 검찰독재를 용인하고 말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 다만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원천 차단시키고 선의와 정의가 살아있는 역사를 지속해 가려면 정신을 단단히 기울여야 한다는 성찰을 새기고 새긴다. 권력욕과 사리사욕에 빠진 반역사주의자들에게서 역사가 올바로 흘러가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참해야 하리라. 다시 다가오는 제2의 서울의 봄은 반드시 제 궤도를 갈 수 있도록 지켜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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