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상추쌈
쌉쌀해진 상추에 밥을 얹어 쌈을 해 먹는다.
햇빛이 뜨거워질수록 상추는 생장의 속도가 가팔라진다.
줄기를 꺾자마자 하얀 진물이 찐득찐득하게
손마디에 달라붙는다.
흐르는 물에 대강 물목욕을 시킨 잎들을 포개서
싱싱한 오늘의 한 끼를 부탁한다.
끝물이 된 상춧잎의 맛이 절정이다.
막바지에 이른 삶이 거칠게 없는 법이다.
눈치 볼 일이 적어지고 나아감에 막힘이 없어진다.
이른 열대야가 찾아온 유월의 어느 날,
마음씨 넉넉한 주인이 당근에 나눔을 해놓은
텃밭에는 욕심이 숨어들 그늘이 지지 않는다.
진땀을 내며 솎아온 상추처럼 내가 살아온 시간에도
쓴 물이 들어서 하루의 마무리가 알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