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가을비다
태풍의 결이 베여있어서 그런가 빗줄기가 시원시원하다.
무더위에 쳐져있던 나무에 센바람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뭇잎들이 부딪치며 잎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풍경이 생경하다.
새벽을 힘차게 밀어붙이며 퍼붓는 비의 근육질이 우람하다.
찐 가을비가 드디어 오고 있는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세운 최강, 최장의 기록들을 꺾는
진짜 가을을 소환하는 비가 오고 있다.
계절의 순환은 불변의 순리임을 망각하지 않게 해 준다.
와야 할 시간은 반드시 시간에 맞춰오듯 잠시 게으름을 피울지라도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오지 못할 곳은 없나니.
찐 가을이 올해에는 한참 늦게 왔지만 더 듬직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다림을 배신하지 않고 제철이 도래하듯 주저하지 말고
바람과 비에라도 의지해 그대에게 주어진 길을 가기를 바라줄게.
나는 내 자리에서 진실된 나의 기운을 발산하며 꿋꿋해져 있으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