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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Sep 21. 2024

마른 단풍

새글 에세이시

마른 단풍


백합나무에 색이 곱지 않은 마른 단풍이 들었다.

무더위를 견디다 가을 단풍철까지 

버티기에 지쳐버렸나 보다.

기온이 5도씨를 기준점으로 새벽과 밤사이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해야 단풍이 곱게 든다는데,

30도를 웃돌아 지키다 갑자기 떨어지는 온도에

나무들이 맥을 못 추고 정신줄을 놓고 있다.

9월의 단풍은 낯설기도 하지만 반갑지도 않다.

물들다만 나뭇잎들의 원치 않았을 운명이

처연하다가 흉물스러워진다.

가을을 알리는 꽃들의 개화 소식이 아직 들려오지 않는데

낙엽소식을 먼저 대면하다니.

계절 더듬이가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

한시도 개운치 않게 했던 여름내 폭염경보처럼

시간의 질서가 궤도이탈을 감행하고 있다.

이상징후를 여상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야 미칠 겨를이 없이 

지켜내야 할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나 보다.

백합나무에 가을바람이 깃들지 않은 9월에

반겨 맞기엔 시답지 않은 단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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