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결혼식에 가면 주례사가 있습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어느 때나 서로 사랑하고 돕고 살라고 합니다. 지극히 합당한 이야기입니다.
몽골 어느 평원에서 젊은 부부가 굵은 막대기, 가는 막대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척척 집을 짓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붉은 천을 두르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세웁니다. 염소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고 우리네 메주처럼 주렁주렁 천장에 매달았습니다. 이것이 겨울 양식입니다.
아이 장난감은 염소똥을 말린 것입니다. 태양열에 바짝 마른 염소똥은 팥과 콩을 넣어 만든 찹쌀 시루떡 같습니다. 똥은 그 과거를 감춘 채 아가의 장난감이 되고 있습니다. 일곱 살 난 딸이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마구 졸라댑니다. 엄마는 한 손으로 손바닥을 잡고 입으로 그 손바닥을 물어보라고 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입에 물리지 않는 손바닥….
“안 되지? 보기에는 아주 가까이 있어도 물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거야. 네가 보는 것마다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야.”
남편이 양의 가죽과 털을 팔아서 사다준 푸른색 플라스틱 바가지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염소똥 말린 것을 얼키설키 잔디에 깔고 그 위에 양고기를 매달아 구우면서 연기 속에서 흥겹게 '사랑해요 대지여, 영원히 사는 유일한 분' 노래를 부릅니다.
앞에는 수십 마리의 양 떼를 거느린 남편이, 중간에는 마차에 탄 어린 딸들이, 뒤에는 소들을 거느린 아내가 겨울의 집을 향하여 평원을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동굴 속에서 나온 누렁개>라는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부부는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합심하여 집을 짓고 다시 허물고 다시 짓습니다. 딸아이가 빗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구해줬던 할머니가 하신 말씀 또한 지혜롭습니다. “다음 생에서도 사람으로 태어날까요?”라는 질문에 바늘 위로 쌀알을 쏟으며 쌀알이 바늘 끝에 서면 얘기하라고 하십니다. 아무리 쌀알을 부어도 세워질 리가 없습니다.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거야.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값진 것이야.”
내 귀에는 올바르게 사람 노릇 하며 산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고 들렸습니다. 이들의 생각이 그렇게 지혜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죽- 살아온 사람에게 자연이 준 지혜입니다. 이 영화를 본 뒤로 결혼식에 가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주례사 대신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필연코 당신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