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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Mar 10. 2018

져주고 사는 것

#98

샌프란시스코 딸네집에서 공항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 어떤 말도 다 알아들으니 새삼 내 나라 내 세상 만난 것같이 속이 후련해진다.

올림픽대로는 빗속이다. 비행기 멀미 때문에 속은 미식거리고 어지럽다. 도로는 꽉 막혀 움직이는 것 같기도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죽이나 막힐까? 자동차의 라디오를 틀었다. 비와 어울리는 음악이 마음을 살살 움직인다.


그리고 사회자의 한 마디.

‘녹슬어 없어지느니 닳아서 없어지자.’


부슬부슬 벌겋게 녹슬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느니 닳고 닳아 반짝반짝 빛나는 쇠처럼 대장간의 공구들처럼 닳아버리자. 그렇게 살자. 옛날 말 하나도 틀린 것 없다.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문이 없어지도록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져주고 살자. 막히는 길도 괜찮아진다. 오늘 이 시간만 같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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