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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15. 2018

이별의 한가운데

보이지 않는 영원



이별의 한가운데 


너를 사랑하고도 너를 닮지 못함은 온전히 너를 담지 못하여 섣부른 이별을 만들고. 나를 미워하고도 나를 던지지 아니한 날들에 나는 봄이 괴로워 언제나 이별 안에 산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당신에게 닿지 못할 말들을 만들어 내어 사람들의 말 속에 뒤섞어 보내고, 돌아오지 않을 당신처럼 돌아오지 않을 말에게는 굳이 작별 인사를 덧붙이지 않는다. 


어느 날 헤어지는 인연에게 ‘옛 사랑을 잊을 수 있는가, 가슴에 묻고 사는 것이다.’ 말하며 웃었다. 잊고 사는 법에 익숙해지면 모를까. 우리는 문득 떠올리곤 한다. 바람결에도 구름의 그림자에도 진한 커피 한 모금에도. 떠오르는 것을 평생 짓눌러 버릴 수는 없다. 그저 떠오른 사람이 다시 가라앉기를 기다릴 뿐. 허나, 그 누구도 가슴에 묻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눈을 마주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매화처럼 추위에도 향기를 잃지 않듯이. 당신의 냄새를 향수로 덮어 버린 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마저 뒤엎어 버릴 수 있을까. 봄이 오면 땅을 뒤엎고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지만 다른 작물을 심는다고 작년, 재작년에 심었던 꽃이 자라나지 않던가. 뽑아도 솟아나는 마음이 있을 진데. 완벽한 것은 없으리. 


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뿌리를 내리는 고독. 너의 눈에 밟히지 않으려 땅 속 깊이 파고드는 우울. 길을 헤매다 당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털썩 주저앉아 삶을 짓이긴다. 쌓여가는 우리의 이별이 넓어질수록 낙엽을 썩히듯이 그 위로 눈물을 쏟는다. 당신과 나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별의 한가운데 아직도 함께 한다. 그렇게 함께하고 있음을 감사해야만 하는가.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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