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조금 젖어도 괜찮다는 마음
최근 당근 모임에 가입한 유진님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신 모양이다.
이번 주 월, 화, 수, 목—무려 나흘 동안 함께 뛸 수 있냐고 물어왔다.
운동은 원래 혼자보다 함께할 때 동기부여가 더 잘되니까.
마침 나도 운동이 필요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약속 장소까지 가는 길, 나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달렸다.
그런데 도착하기도 전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컷 나왔는데 비 때문에 못 뛰게 되면 어쩌지.’
괜스레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맑은 눈으로, 밝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우산도 없이, 그저 그대로.
환하게 웃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함께 뛰기로 한 마음은, 날씨 정도로 흐려지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의 러닝이라니. 우리는 조용히 각자 다짐했다. 오늘도 뛰자고.
처음엔 유진님이 나보다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가뿐한 걸음에 놀라 물었다.
“지난주 운동하고, 그 사이에 따로 달리셨어요?”
“아니요, 바빠서 못했어요!”
힘차게 대답하는 모습에 순간 머릿속으로 계산이 돌아갔다.
‘아, 이건 힘이 남았을 때 생기는 현상이군. 붙잡아야 해.’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다.
에너지가 많다고 초반에 페이스를 과하게 끌어올리는 것.
그러면 금세 지치고 만다.
아니나다를까, 1km도 채 되지 않아 유진님은 걷기 시작했다.
종아리가 땡긴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관절이 아픈 거라면 멈춰야 하지만, 단순한 근육통이라면 괜찮아요.
안 쓰던 근육을 쓰면 당연히 좀 아프거든요.”
몸이 낯선 자극에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같은 것.
그런데 문제는 비가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첫날부터 비에 젖으며 달리는 게 버겁지는 않을까.’ 걱정이 스쳤다.
그런데 그 순간, 유진님이 말했다.
“낭만적이고 더 좋네요!”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우중런이 주는 감성, 그 촉촉한 풍경이 나만 좋았던 게 아니었다.
빗방울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꿈뻑거리면서도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빗속을 달렸다. 느리고 더뎠지만 끝까지 함께였다.
그리고 나는 6km의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함께 뛰는 마음이 궂은 날씨마저도 낭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오늘 다시 배웠다.